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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남의 일 보듯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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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남의 일 보듯 할 것인가
  • 경도신문
  • 승인 2016.07.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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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밤 30분쯤 울산에 지진이 발생해 온 국민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는 지난 6일 오전 울산지진 분석결과 울산광역시 위도 35.504도, 경도 129.941도 위치에서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진 직후 울산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전화로 물어본 결과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꽃병이 떨어져 내리거나 매달린 형광등이 요동치는 걸 본 사람들은 곧바로 뛰어나왔다는 소문이다.

방송보도에 따르면 한 여중생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도중 교실 천정에서 페인트 껍질 같은 것이 떨어져 내리며 심하게 흔들려서 모두 교실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여러 신문보도에 따르면 이날 지진이 났던 진앙지에서 가까운 울산과 부산에서는 창문이 심하게 흔들리거나 책꽂이 등에 올려놓은 물건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정말 무서웠을 것 같다.

이는 지난 1978년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후 다섯 번째로 강한 지진이었는데, 우리나라에 강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17세기에는 강원도 양양에서 7.0수준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신라시대에는 경주에서 지진으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이후 지진발생 기록을 살펴보면 2003년 백령도 서남서쪽 약 80㎞ 해역의 5.0 지진, 2004년 울진 동쪽 80㎞ 해역의 5.2 지진, 2014년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약 100㎞ 해역의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던 바, 전국 어느 곳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지진이 바다 속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불안감으로 털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육지, 울산이나 부산, 경주, 양산 같은 내륙에서 발생했다면 많은 건물에 균열이 가거나 벽돌이나 블록으로 지은 재래식 건물들에 손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인가? 아니다.

이젠 우리도 내진설계의 심사기준을 높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의 공공시설물의 내진설계율은 40.9%에 불과하고 한다.

또 민간 건축물의 내진설계율은 30.3%에 그친다고 하니, 만일 일본처럼 강도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정말 우르르 무너져 내릴 건물이 부지기수일 것 같다.

정부가 금년 들어 내진설계율을 강화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공공시설물의 내진설계율을 또 공공시설물의 49.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이보다는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을 어떻게 계도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은 시급한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정부의 기구인 지진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쿄대 히라타 나오시 교수는 한국도 규묘7.0 수준의 ‘내륙형 지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성질의 지진은 아니라며 “한국 국민들은 크게 놀랄 필요는 없다” 고 판단을 내려 우리의 가슴을 안도하게 하지만 그래도 땅속의 일을 현대과학이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다.

히라타 교수는 “언제든 이런 지진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조심하는 편이 좋다”고 지적하면서 “초·중등학교와 같은 공공시설부터 내진 설계를 하거나 내진 보강을 해야한다” 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이는 자유롭게 냉각수를 사용하기 위함인데 이번 울산 지진은 울진, 월성,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주변에 위치해 소위 ‘원전 포위 지대’ 라는 울산에게 방사능누출에 대한 심각성을 알려주려 한 것 같다.

거의 지진대피훈련을 받아보지 못한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갑자기 벌어진 실제상황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울산 지진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갔는가?

지진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관리해야 한다.

어느 곳이나 지진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정부는 학교교육이나 군장병 교육, 민방위교육 등을 통해 지진에 대한 대피 요령 및 내진설계의 필요성을 좀 더 인식시켜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야 괜찮겠지’ 하는 안전불감증에 젖어 있는 것이 탈이다.

모든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며 함께 해결하려는 공통체의식이 절실하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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