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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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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유감
  • 경도신문
  • 승인 2016.09.25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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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을이다. 가을에는 참으로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결실의 계절, 남성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전어의 계절, 단풍의 계절, 여행의 계절, 스포츠의 계절, 김장의 계절, 축제의 계절, 수능의 계절, 노벨상의 계절…….

그 많은 수식어 중에 나는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가장 좋다.
 
며칠 전 나는 인터넷 대형서점으로부터 20만어치의 책을 구입했다.

나는 주기적으로 책을 산다.

책은 내가 학원에 가지 않고도 나를 가르칠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독서 인구는 얼마나 될까?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 중 1년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이 10명 중 약 3~4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으로 한 달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2,30대의 연령이 독서량이 가장 많이 줄었다고 한다. 20대 중 1년에 한권 이상 책을 읽은 독서인구 비율은 2004년 82.1%에서 지난해

73.8%로 8.3%포인트 하락했고 30대는 9.6%포인트 떨어져 20~30대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반면 10대 독서인구 비율은 7.3%포인트 낮아졌고 50대와 60대 이상 독서인구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의 3포세대나 거기에다 내집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세대, 거기다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라는 말은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독서에까지 눈을 돌릴 수 없음을 여실히 말해준다.

취업에 관한 걱정 때문에 취미나 개인의 여가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젊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확대해야 할 텐데, 취업에만 급급한 현실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말이기도 해 입맛이 씁쓸하다.

이런 고민 중에 최근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지난 8월 4일 발의한 독서소외인에 대한 독서 활동과 지원의 방안을 담은 ‘독서문화진흥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환영한다.

이는 ‘독서장애인’ 개념의 범주를 신체장애에서 노인, 군인, 다문화가정 자녀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데에 주목된다.

이번에 송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독서를 통해 국민의 지적 능력 향상 및 건전한 정서 함양, 평생 교육의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9월을 독서의 달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1927년 4월 9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평양부립도서관을 건축하면서 ‘독서의 계절인 추기(秋期)를 놓치지 않고 문을 열 작정’ 이라 썼던 바, 오늘날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과 그 시행령에서도 ‘독서의 달을 매년 9월’ 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책이 안 팔리는 세상이 됐다.

음식 값은 왜 그렇게 많이 올랐을까? 입는 옷과 신발은 왜 그렇게 비싼가? 모두들 브랜드만 고집하고 있고, 브랜드이 광고비를 모두 소비자가 내면서도 사람들은 먹는 것과 입는 것, 노는 것에만 돈을 쓰면서 책 사는 것에는 인색하다.

당장 입어야 하고 먹어야 하고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날리려면 레저를 즐겨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책은 마음의 옷과 마음의 양식과 마음의 레저를 모두 해결해준다.

아무리 비싼 걸 먹어도 똥 되고, 좋은 옷을 입어도 결국 치부를 가리는 것이며, 멋진 곳에 많은 돈을 들이고 가 봐도 결국 내 집이 최고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만, 책은 읽을수록 세상이 보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런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그랜드캐니언과 만리장성과 나이아가라폭포를 관람에서 얻는 것은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상뿐, 그 돈으로 한 달에 책 몇 권이라도 사서 읽으면 일신이 즐겁고 편안해짐을 느껴보자.

사람들이 비싼 돈 들여서 가는 곳은 결국 예술가의 흔적이 깃든 곳이다.

책읽기는 결국 성공의 열쇠인 책쓰기와 직결된다.

이 아름다운 계절 밖으로 나가려고만 하지 말고 창문을 열고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진리와 지혜를 만나자.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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