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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과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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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과 한국문학
  • 경도신문
  • 승인 2016.10.1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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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노벨문학상이 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 에게 돌아갔다.

노벨문학상이 싱어송라이터에게 주어진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 아니 긍정할 수가 없다.

그가 시인이긴 하지만 그의 문학성이 노벨상을 받을만한지는 의문이다.

세상에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문학인들을 무시하고 노래하는 사람에게 문학상을 준다는 말인가? 이것은 노벨상위원회의 폭력이다.

세상의 모든 문학인들에게 테러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하는 상을 받으면 된다.

노래하는 상은 음악상은 너무나 많다.

수많은 가요제가 있고 가곡제가 있다.

그걸 받으면 되는 것이다. 수십억 문학동호인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면서 가수에게 문학상을 준 것에 대해 나는 노벨문학상 위원회에 대한 조기를 걸고 싶다.

그렇지만 노벨문학상을 누굴 주던 그걸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우리는 노벨문학상을 한 번도 타지 못했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왜 이지경일까? 도대체 우리문단은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물안 개구리로 서로 자기 잘났다고 도토리 키 재기만 하고 있을 뿐, 우리의 이 숭고하고 엄청나고 대단하고 드라마틱한 글들을 번역해서 외국에 내보이는 수단을 잊고 살고 있다.

그들이 자청해서 우리 문학을 번역해줄 리는 만무하다. 최소한 다섯 개의 언어로 번역돼야만 심사 자격이 된다는 외국의 문학상, 얼마 전 한강이란 작가가 멘부커상을 받았다고 난리부르스를 추었지만 그 상도 한국에서 공부한 영국의 젊은 학도가 자청해서 번역한 것이지 우리가 의뢰해서 번역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왜 노벨문학상을 타지 못한 걸까? 사람들은 국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어휘력이 많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 민족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노래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모두 일리가 있는 소리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심사하는 사람들의 손에 작품이 쥐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

심사하는 사람들 손에, 적어도 스웨덴 사람의 손에 스웨덴 말로 번역된 우리의 책을 쥐어주어야 읽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독일 사람 손에 독일말로 번역된 우리의 책이 쥐어져야 우리의 글을 읽을 것 아닌가?

우리는 우리끼리 ‘장이야 군이야’ 를 외치며 장기를 두고 있다.

훈수꾼도 구경꾼도 좋아하지 않는다.

아예 골방에 앉아서 장기를 두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노벨문학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대단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모두 아웃사이더로서의 논의일 뿐, 정부차원의 논의는 없었다.

한국문인협회나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는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왜 그런 논의를 하지 못하고 회원들의 회비를 받는 것일까?

약이 오르고 화가 난다. 프랑스의 대형 서점에 갔더니 우리 책에 세 권 꽂혀있더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세계 각국 사람들은 우리의 책, 우리의 문화가 보고 싶은데, 그 나라 말로 된 우리의 고궁이야기, 음식이야기, 노래이야기가 없다.

텔레비전, 휴대폰, 자동차만 수출할 것이 아니다.

텔레비전 휴대폰 자동차는 수명만큼 쓰면 버리는 것이지만 감명 깊은 책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방 책꽂이에 꽂아둔다.

아들딸에게 물려준다. 그리고 그 책 속에 있는 우리의 문화와 정신은 그들에게 고스란히 수출된다. 그래서 문화가 중요한 것이다.

한류열풍의 덕택으로 수없이 많은 외국 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와 공부하고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한국문학번역학과를 만들어주자.

그 나라에 한국문학을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나라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러시아어를 잘한다고 할지라도 문화까지 알 수는 없다.
 
문화란 적어도 그 나라에서 몇 세대 이상 살아온 사람들이 몸에 배어나서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한국문학을 번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정부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을 신설하자.

그리고 외국에서 한국말에 능통한 사람들을 데려오자.

그리해서 우리의 문학이 세계에 없는 나라가 없게끔 하자.

우리의 문학을 번역해준 그 나라 사람에게 우리의 문학을 수출하자.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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