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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보다 무서운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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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보다 무서운 세금
  • 경도신문
  • 승인 2016.12.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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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틈타 갖가지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생활필수품의 값이 슬그머니 인상되는 현상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이제 나라는 더 이상 서민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서민의 가슴에 빨대를 꽂아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로 변하고 있다.

대기업은 정부와 유착해서 돈들 대고, 그 돈을 휴대폰 요금이나 공산품의 가격 인상, 생활필수품에 붙여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다.

전남, 부산, 대구, 인천, 계룡시 등의 버스요금이 인상됐다.

수년 째 봉급생활자들의 급료는 쥐꼬리만큼 인상되거나 동결되고 있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수레를 타고 험준한 산길을 가고 있던 중에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를 시켜 무슨 연유에서 울고 있는지를 알아보라 일렀다.

자로가 그 여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대관절 왜 이 깊은 산중에 홀로 무덤가에서 우는 것이요?” 여인이 대답했다.

“저는 이 산중에 사는 사람인데 저의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해를 당했습니다.”라며 다시 구슬피 우는 것이었다.

그 여인의 말을 들은 자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 왜 이사하지 않고 이 깊은 산중에 사는 것이요?”라고 자로가 물었다.

“저도 여러 번 이사할 생각을 아니해 본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곳에 살면 호랑이만 무서울 뿐, 혹독한 세금을 징수당하거나 재물을 빼앗는 관리들도 없고, 뇌물을 주어야 할 경우도 없질 않습니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자로에게서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도다.”라고 말했다. 고사성어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일화다.

요즘 집안의 가장이나 살림하는 주부라면 누구나 하는 말이 있다.

세금과 공과금 때문에 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맞벌이로 두 부부가 죽어라고 직장에서 돈 벌어보지만 공과금 내고 아이들 과외비 보내고 나고 나면 살림할 돈이 없다고 서민들은 아우성이다.

나는 어쩐지 정부에 믿음이 가질 않는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복지 정책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하물며 살기 어려운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가끔 행사 때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면서도 내가 그리 애국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1년에 병원 한 번 가지 않는 사람도 국민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지, 병원에 좀 덜 가는 사람은 보험료를 깎아줄 수는 없는지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을 불입해 온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노후에 정말 국민 연금을 받게 될 런지, 금방이라도 부도날 것 같은 국민연금공단의 방만한 경영과 안일한 투자를 걱정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여름에는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을 깎아주긴 했지만, 요금이 비싸야 전기를 아껴 쓴다는 명목으로 누진제라는 정부 입장의 제도를 만들어 서민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에도 난방기구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을 깎아주어야만 한다.

연말연시를 틈타 라면이나 휴지, 소주 등 생필품을 비롯한 갖가지 공산품 값이 마치 게릴라 작전을 하듯 스리슬쩍 인상되곤 한다.

요즘 도시에 사는 가장이라면 보통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고서는 금방 빚쟁이가 되고 거지로 나앉게 된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신용불량자 된 사람과 생활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모두 살기 어려운 이유다. 서민생활경제가 최악이라고 한다.

탄핵정국에 누가 국민의 주머니를 걱정해주겠는가. 우리네 서민들은 정말 불쌍하다.

불광동으로 이사 온지 1년이 넘었지만 골목은 지저분하고, 일 년 열 두 달 단 한 번 공무원들은 만나 본 적이 없다.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위해 일선에 나서서 찾아가는 행정을 수행하지 않고 오로지 제 발로 들어오는 민원만 억지로 처리하고 있다.

이게 무슨 복지인가.

눈만 뜨면 오르는 물가 따르랴, 아이들 과외 시키랴, 공공요금 내랴, 우리는 정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시대에 살고 있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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