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복싱협회, 아니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써 복싱선수의 길을 접으려고 합니다."
복싱 국가대표 신종훈(26·인천시청)은 24일 인천시 남구 문학동 인천문학복싱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신종훈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 열망으로 어느 때보다 혹독한 동계훈련을 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 되지 않았고, 부당한 처우에 대해 일방적으로 따르기를 원하는 윗선 강압에 현실적으로 살자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신종훈이 은퇴를 결심한 것은 AIBA와의 계약 때문이다.
신종훈은 지난해 5월 독일에서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전지훈련을 하던 중 APB와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 계약서에는 전국체전을 포함한 국내 대회 출전 불가 등의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었지만, 신종훈은 계약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가 계약을 체결하고 싶지않으면 바로 파기해 주겠다는 AIBA의 직원의 말만을 믿고 서명했다.
계약서도 그 자리에서 직접받은 것이 아니라 6개월이나 지나 AIBA가 아닌 대한복싱협회로부터 등기로 받았다다며 복싱협회와 AIBA측의 사후 계약체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신종훈은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APB 대회에 불참한 뒤 그 무렵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이에 AIBA는 신종훈에게 계약 위반이라며 1년 6개월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AIBA는 지난달 22일 신종훈이 APB대회에 출전한다는 조건으로 앞서 내린 징계를 해지하는 대신 AIBA프로복싱(APB)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내린 손해배상금 5만달러를 5천달러로 낮추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내 대회 출전 불가 조항은 그대로 였다.
신종훈은 AIBA와의 갈등 끝에 국가대표 은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신종훈은 "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해온 복싱선수 신종훈이 아니다. 나는 그저 대한복싱협회장과 집행부에서 하라면 해야 하는 미미한 존재다. 대한복싱협회와 집행부는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사리사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다시는 나와 같은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신종훈은 이어 "국가대표에서 은퇴하지만 내년 AIBA징계가 해제되면 끝까지 나를 믿어준 사람을 위해서 국내 경기엔 뛰고 싶다"고 덧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