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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유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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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유 록
  • 정보영 기자
  • 승인 2015.05.25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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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잘 쓰는 자가 대우받는 나라 꿈꾸다
꿈 에 기대 역사에 대한 또 다른 기억

김정녀 지음/이수진 그림 
196쪽/1만2천원/현암사

꿈에 기대어 금기를 이야기하고, 역사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을 말한다. 단국대 김정녀 교수가 새롭게 풀어 쓴 '몽유록'(현암사 펴냄)이 출간되었다. ‘몽유록’은 ‘꿈속(夢)을 거닌(遊) 기록(錄)’이란 뜻으로 꿈속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한 고전소설의 한 유형이다. 몽유록은 현실세계의 주인공이 꿈속 공간에서 상상력을 펼치는 ‘환상문학’으로, 꿈이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 현실에서 억압되고 금기시된 것을 풀어낸다. 또한 몽유록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는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등장시켜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정사(正史)나 지배세력의 기호와는 다른 진실을 전한다. 몽유록은 조선 전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창작되었다. 이 책은 몽유록의 성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네 작품을 선별해 싣고 있다. ‘몽유록의 효시작’인 '대관재기몽'은 조선 성종 때 심의가 지은 것으로, ‘대관재’는 심의의 호이다. '원생몽유록'은 조선 전기 몽유록의 유형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임제가 지었다. 선비 원자허가 꿈속에서 단종과 사육신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달천몽유록'과 '강도몽유록'은 당대 정치적ㆍ사회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몽유록의 역사적 기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달천몽유록'은 윤계선의 작품으로, 임진왜란 격전지였던 충주 ‘달천’ 지역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서 2년 뒤에 지어졌으며 ‘한일 양국에서 임진왜란을 문학화한 최초의 본격적인 창작소설’로 알려져 있다. '강도몽유록'은 병자호란 때 강도(강화도)에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의 울분과 한을 담고 있다. 김정녀 교수는 470여 개의 주를 달아 옛말의 의미, 각 문장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속뜻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글을 잘 쓰는 자가 대우받는 나라를 꿈꾸다.'대관재기몽'은 성종 대인 1529년에 심의(沈義, 1471~1531)가 지은 한문 소설로 ‘대관재몽유록’이라고도 한다. 심의는 중종 대에 좌의정을 지낸 심정의 동생으로, 1507년 급제하여 예문관검열이 되었다. 평소 직언을 잘했기에 공신들의 미움을 사서 좌천되기도 했다. 언행이 직선적이었고, 문장이 뛰어났다고 한다. '달천몽유록'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2년 후인 1600년에 윤계선(尹繼善, 1577~1604)이 지은 작품이다. 윤계선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1597년 알성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으며 세자시강원사서ㆍ사간원헌납 등을 지냈다. 1600년 당시 좌의정을 배척하는 진언(進言)을 했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 옹진 현령으로 좌천되었다. 청렴하고 엄격하게 일을 처리하고 백성들을 잘 보살펴 임금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성품이 탁월하고 큰 뜻이 있어 남에게 영합하지 않았으며, 문장이 뛰어나 붓을 잡으면 그 자리에서 1만여 언을 지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윤계선은 당대가 그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는데 탄금대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입을 통해 장수의 지략 부족과 독단적 행동에서 패전의 원인을 찾고 있다. 또 이순신과 늘 대비되곤 하는 원균은 저세상에서도 비웃음거리가 되고 배척을 당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도몽유록'은 1640~1644년에 창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허 선사’는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시신을 거두어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다가,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희생당한 여인 15명이 원한을 털어놓는 광경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게 된다. 저자는 병자호란이 일어난 이유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을 들려준다. 당시 조정을 장악한 친청파의 주장은, 척화파가 헛된 명예를 얻기 위해 반청을 주장하다 결국 청의 노여움을 사는 바람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인조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저자는 공신들이 나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보며, 대의를 따른 척화파의 절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친청파 중심의 정국을 구축하려던 인조가 애써 억압하고 조정하려 했던 기억들에 대항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대항 기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배세력의 가장 아픈 부분일 것이 분명한, ‘죽은’ 조정 대신의 부인이자 며느리 등의 목소리에 기대어 작품을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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