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꽃을 줍다
스승 그림자 누가 될까 노심초사한 제자
삶 죽음 뛰어넘는 시절 인연의 아름다움
덕조 지음
232쪽/1만2천900원/김영사
하루하루 조금 더 행복하게, 덕조 스님이 산골 불일암에서 띄운 따뜻한 삶의 지혜 스승을 모신 산골 불일암에 살며 하루하루 소중하게 써내려간 작고도 섬광 같은 깨달음. 산새, 다람쥐, 꽃, 솔바람이 들려주는 일상의 소중함과 삶을 깊이 관조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았다. 삶이라는 거대한 숲에서 길을 묻는 사람에게 나직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삶의 경이와 행복의 순간들. 인연의 소중함부터 내려놓음의 역설, 기도와 명상의 기쁨까지, 지금 여기에서, 나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지혜가 깊은 산속에서 옹달샘을 만난 듯 맑고 시원하게 빛난다.“조바심 내지 마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을 때 마음에 꽃이 피어난다.”많은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과 복잡한 인간관계에 치여서 잠시만이라도 나를 내려놓고 싶다고 말한다. 직장인이든 가정주부이든, 학생이든 자신 앞의 생은 항상 낯설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흐른다. 자연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사이도 없이,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가지만 항상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을까. 고민도 잠시, 지난한 삶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해결책은 스스로 마음을 바꾸는 것이라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고,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사에서 산길로50분 정도 올라가면 대나무 터널을 지나 불일암이 나온다. 작은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텃밭과 아담한 절집이 눈에 들어온다. 고려시대에 지어져1975년 법정 스님이 중건했다는 불일암佛日庵이다. 법정 스님은 이곳에서 수많은 저작을 집필했고, 이 책 '마음꽃을 줍다'의 저자 덕조 스님은 송광사로 출가해 불일암에서 법정 스님을 처음 모시며 시봉했다. 법정 스님은 입적하신 뒤 생전 아끼시던 불일암의 후박나무 아래 모셔졌고, 수십 년 동안 법정 스님의 곁을 지켰던 첫 제자 덕조 스님은 조용히 불일암을 지키고 있다. 이 책은 전 길상사 주지이자, 현재 송광사 승가대학장이기도 한 덕조 스님의 첫 번째 에세이집으로 산골에 살며 느끼는 일상의 기쁨과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 그 속에서 정리한 삶의 사유를 정겨운 느낌의 사진과 함께 들려준다. 글은 간결하고 담박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고, 사진은 꾸밈없이 진솔하다. 섣불리 위로를 하거나 급히 손을 잡아주지는 않지만, 편안하고 따뜻하게 미소 짓는100편의 글과 사진을 보다보면 시나브로 그 속으로 빨려들어 읽는 이의 마음을 무장해제를 시킨다. 수선스럽지 않은,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만 같은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꽃이 피는 봄날에는 풍경을 새로 고쳐 달고,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감사함을 느낀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는 눈길을 따라 걸으며 남은 생을 돌아보기도 한다. 예불을 마치고 나서는 추운 새벽에는 출가한 첫 마음을 되새기고, 여행길에서 만난 정다운 사람들을 통해 믿음과 삶의 간절함을 배운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시절인연은 항상 거기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듯 자연 속에서 영성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살며 발견한 진리는 단순하기에 더 오래 마음에 머문다.“추운 겨울이 지나야 봄이 찾아오고, 어둔 밤이 지나야 아침이 오듯"삶의 공식도 어찌 보면 단순한 것이라고 말한다. 법정 스님은“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다.“아름다운 한 송이 꽃을 피우는 것도 자신의 몫이고,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서툴러도 힘들어도 내 마음의 꽃은 내가 피우는 것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단순하게 삶을 살아간다면“각자 자신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다가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진정한 기도란 사랑하는 사람보다 미워하는 사람을 향해 하는 것”이라는 선한 삶의 자세 앞에서는 종교의 경계조차 무색해진다. 산속에 살아서 유유자적한 것은 아니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서툴러도 힘들어도 내 마음의 꽃은 내가 피우는 것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단순하게 삶을 살아간다면“각자 자신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