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의 무죄판결을 보는 시각

2016-10-23     경도신문

최근 광주지방법원에서 있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무죄판결을 놓고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종교 또는 개인의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 고 한 이 판결에 대해 국방부는 “현역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기피에 악용될 수 있다” 며 즉각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무엇인가?

한 특정 종교집단은 사람이 총을 들어 사람을 죽이는 것에 반대한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감옥행을 택한다.

지금까지 1만6천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가서 대략 1년6개월 동안 형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총을 들어 사람을 죽이기 싫다는 사람들이 나쁜 것인가?

평생 죄인의 신분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이들을 구제할 수 없는가?

우리나라는 남북한이 대치상황에 있는 분단국가다.

때문에 병역법 제8조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들은 18세가 되면 제1국민역에 편입됨으로써 병역의 의무가 시작되고 만19세가 되면 징병신체검사를 받고 20세가 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입영통지서를 받고 입영을 해야만 한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나 갈 사람들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논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만든 가장 어리석은 발명품은 총이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방법의 총을 들기 싫다는 사람들에게 감옥을 보내는 방법은 정당한 것인가.

“종교적 이유로 총을 쏠 수 없다” 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해마다 6백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무조건 입영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법의 저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영 찬성론자들의 입장이 지금껏 지속돼 왔고, 이 때문에 군 창설 이래 1만6천명이 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감옥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나는 지난 1981년 3월 16일, 의정부에 있는 101보충대에 입영했다.

그때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5~6명 정도 나온 것을 알고 있다.

당시 빨간 모자를 쓴 조교는 우리를 모아놓고 “여호와의 증인 손들어!” 라고 말하자 5~6명 정도가 손을 들었고, 그들에게 내무반을 정하거나 군복을 지급하지 않고 바로 데리고 나갔다.

당시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들은 무차별 구타가 있은 후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지금도 그들이 눈에 선하다. 헌법 제19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지닌다.” 고 나와 있다.

자기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양심이란 세계관이나 인생관, 생활신조 등을 말한다. 그런데 양심을 표현하면 감옥에 가야한다니 안타깝다.

헌법 제37조를 살펴보자.

제①항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라 돼 있고 제②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풀이하면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지니며, 국가안전보장, 즉 병역의 의무를 지니되, 이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법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왔다.

총을 들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게 하면 된다.

주차관리용원이나 거리질서관리자로 군복무에 적당한 근무를 시키면 된다.

물론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전문가들을 통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그 종교에 다니지도 두둔할 생각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스물 한 살의 젊은 청년을 감옥에 보내 취업에 불이익을 받거나 손가락질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법이 허용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좀 더 세심히 관찰하고 심사해 1년에 1천 명 정도의 그들에게 방산업체 근무나 공익요원 근무 같은 총을 대신할 수 있는 병역의무 대체근무제를 강구해야한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대한민국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통제원리보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민주주의의 원리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