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안학교 학생들의 눈물

2017-01-24     경도신문

한 목사님이 마인드교육을 하러 어느 대안학교에 찾아갔다.

그곳에는 일반 학교에서 잘 지내지 못해 그 학교에 들어온, 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각기 다른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으로 가진 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부모님과의 갈등이었다.

모든 학생들의 마음에 부모님은 자신을 간섭하는 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해 하지 말라는 말만 하는 분으로 그려져 있었다.

목사님은 학생들의 마음에 일그러진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학교에서 학생들의 집 주소를 받은 후 한 집씩 찾아가서 부모들을 만났다.

그리고 부모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진 후 대답하는 것을 영상에 담았다.
 
첫 번째 만난 어느 학생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만일 선생님이 5년 후에 죽는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겠습니까?”

“당연히 자식을 위해서 살아야지요. 어떻게 하든 우리 아이가 잘살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 주어야지요. 어차피 죽을 나 자신에게 무슨 소망이 있겠어요? 자식만 잘된다면 저야 죽어도 괜찮습니다.”

다른 학생의 아버지를 찾아가서 물었다. “만일 선생님에게 10억 원의 돈이 생긴다면 어디에 쓰겠습니까?”

“자식을 위해 써야지요. 내가 죽은 후에도 아들이 잘살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놓고 싶네요.”

목사님은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학교로 가서,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은 후 영상을 하나 하나 보여 주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부모님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처음에는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는 이야기가 하나 하나 지나가는 동안 태도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하고 있는 부모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더니, 하나 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영상들을 다 본 후, 목사님이 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러자 거칠고 반항적이었던 아이들의 입에서 기적처럼 여기질 만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여긴 채 살았다며, 울먹이면서 “아버지에게 정말 죄송해요, 엄마에게 제가 너무 잘못했어요….”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성미가 급하다.

어떤 일에든지 서두르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에도 쉽게 화를 낸다.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려고 하지 않고, 성급하게 “그래서 너는 안 돼.” 하며 상대의 단점을 짚고 만다.

그로 인해 분위기가 굳어지고, 대화가 단절된다. 서로 마음에 불편함이나 상처를 남긴 채 이야기를 마친다.

원활하게 대화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상대가 나와 관점이 다른 이야기를 해도 조금 참고 들으면서 먼저 그 내용을 이해한 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된다.

마음을 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이해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고, 마음을 알면 사이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아버지와 아들도 사이가 가까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안타깝게도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가족 사이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대부분 성미가 급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부모들이 비뚠 자녀를 하루아침에 바꾸려고 하다가, 사랑하는데도 부모와 자식이 원수처럼 지낸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밀어내고 미워하며 살아간다.

가족 간에 마음이 너무 멀어져서 화합할 수 없을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앞에 이야기한 학생들의 경우처럼, 가족의 마음을 느끼면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금방 녹아내린다.

가족 사이에 의견이 맞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서로 이야기를 들으며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면 그렇게 이야기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마음을 느끼면 누구나 마음이 흐르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면 어느덧 가족 모두가 한데 어울려서 따뜻한 가정을 이루게 된다.

<박옥수 목사/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