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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과 지방의 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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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과 지방의 꽃축제
  • 경도신문
  • 승인 2016.03.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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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만 있으면 식목일이다.

6,70년대엔 온 나라의 산들이 민둥산으로 헐벗어서 학교마다 마을마다 며칠씩 나무를 심으러 다니던 생각이 난다.

그때쯤 심었던 매화, 산수유, 벚꽃나무들이 커서 지금 축제를 열고 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뿌듯해진다.

그러면 식목일은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됐을까?

우리나라가 식목일을 4월 5일로 정한 것은 청명(淸明)무렵의 날씨가 나무 심기에 적합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날이자, 조선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기 때문이란다.

식목일이 된 직접적인 계기는 1910년 4월 5일 순종이 친경제(親耕祭)를 거행할 때, 손수 밭을 갈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나무를 심었던 데에 있다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총독부가 당시 일본천황의 생일이 4월 5일이어서 4월3일로 변경해 진행하다가 1946년에는 미 군정청에 의해 식목일이 다시 4월 5일로 환원, 제정됐으며,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다.

이후 1982년에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지만 2005년부터는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숫자가 현격히 줄어들어서 식목일은 국가기념일이라는 위상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공휴일에서는 제외됐다.

지난 토요일, 중학교 동창들과 광양 매화마을로 매화축제를 보러 갔다.

고향인 포천시 이동면에서 새벽 4시 반에 출발한 관광버스는 친구들이 사는 곳을 몇 군데 들러 동서울터미널에 6시 반에 도착했다.

새벽 7시 쯤 돼 광양으로 출발한 우리 일행은 오후 1시 쯤에 광양시내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점심을 먹고 또다시 광양매화마을로 들어가려니 차가 너무 막힌다.

전국에 있는 버스란 버스는 다 몰린 것도 같고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놀러만 다니는 것인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목 도로에서 10Km 정도 진행하는 데만 3시간을 보냈다.

동창회 임원진들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머리를 맞대서 의논하더니 차를 돌려 목적지를 구례 산수유축제장으로 선회했다.

동창 친구들은 어디를 가든 봄소식만 들으면 좋다는 생각으로 산수유축제를 보자는 집행부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구례를 향해 달린지 1시간이 좀 넘자 도로 가에는 군데군데 산수유꽃이 만개한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곳의 도로 역시 주차장이나 다름이 없다.

결국 우리 일행은 두 군데의 목적지에 가보지도 못하고 만개한 매화와 산수유에 대한 상상만을 가슴에 안은 채 차를 돌려 서울로 향해야 했다.

언젠가 오대산에 갔다가 상원사에 들리고 싶었지만 차가 밀려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온 적이 있다.

이마도 곧 피어날 진해 벚꽃축제 역시 차가 밀려 구경도 하지 못하고 되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 같다.

공휴일의 도로정체, 이대로 좋은가?

각지자체들은 관광객 수와 관광객들이 자기 고장에 뿌리고 가는 돈에만 관심을 둘 뿐, 어떻게 정체를 풀어야 할지에 관해서 관심이 없는 듯하다.

몇 년 동안 벼르고 별러서 간 매화축제, 산수유축제, 벚꽃축제가 주차장이 돼 구경을 못하고 되돌아오는 심정을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라.

밀려드는 관광객이야 불편하든지 말든지 저희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우리 일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요즘 사람들은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아 나무를 심을 땅을 가지기도 힘들고 옛날처럼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하는 시절도 아니므로 나무에 관한 관심이 현격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관심을 돌려야 할 때다.

지금처럼 쓸데없이 우거지기만 한 숲을 순차적으로 베어내고 또다시 계획적으로 식목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나무지도를 바꾸자.

재목으로 쓸 수 있고 잘 썩지 않는 내구성 강한 나무와 화목으로 좋은 나무 등을 개발해 심자.

잡목을 베어 나무를 난방용 펠렛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엄청난 외화를 절약하면서도 따뜻하고 가스중독 등으로부터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잡목을 그냥 푸른 산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산림청의 기능을 방제와 보호에 두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식목하고 관리하여 자원을 확보해나가자.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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