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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풍토와 미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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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풍토와 미래 진단
  • 경도신문
  • 승인 2016.04.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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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4월 13일이면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며칠 남지 않은 셈이다.

이번 선거는 정말 시끄러웠고 부끄러웠다.

여당의 공천파동과 야당의 분열은 눈뜨고 봐주기 힘들만큼 부끄러운 현실이었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왜 꼭 투표를 해야 하는지 아버지로서 주장을 펴기가 곤란한 지경이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젊은이는 없고 원로 정치인은 무능이란 이름으로 쫓겨나는 시대다.

우리나라의 정치풍토가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고 자란 사람과 귀농 귀촌해 새로 시작하는 사람과는 생산성과 농수산품의 질, 효율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공장에서는 숙련공이 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을 몸담아 일해야 하고 그런 공장을 경영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제품의 수준과 질을 인정받게 되며 몇 십 년이 흘러야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교육계 역시 수십 년 동안 학생을 지도하고 자신을 갈고 닦는 교사생활을 해야 교감이나 교장 등 지도자에 오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청년시절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 이론을 발표하고 끊임없이 가르칠 때 명성을 얻게 된다.
 
장군이 되는 일은 어려서부터 사관학교나 학사장교로 임관해 수많은 세월을 거치고 평가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정치는 이런 수순이 없는 것이 문제다.

어떻게 된 것인지 청년들은 그저 알바자리 정도로만 발을 들여놓을 뿐, 미래를 거는 사람이 없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정치를 하려는 사람의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고 법조계나 언론계 출신들, 하물며 연예인까지 제 밥벌이를 다하고 나서 기웃거리는 것을 눈감아주는 곳, 오히려 그런 퇴물들을 두둔해주는 곳이 정치판이다.

과거에는 보좌관 출신들이 현역이 자리를 물려주면 그 지역구를 인계 받아 당선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아름다운 배려는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열심히 봉사해왔는지는 아무런 스펙이 되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선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심리다.

그러니까 그 지역구 출신이든 아니든, 그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봉사를 했든지 말든지는 공천권을 쥔 사람들의 안중에 없다.

무조건 상대방을 이겨야하기 때문에 힘센 장수만 필요한 것이다. 원로가 없는 세상이다.

말하자면 아버지가 무시되는 사회다.

할아버지의 존재는 그저 귀찮을 뿐인 나라의 풍토가 이를 대변해준다.

선진국일수록 원로가 나라의 큰일을 결정하고 자문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번 정치판을 떠나면 퇴물로 취급되고 만다.

게다가 5선쯤 되면 그 업적이나 인기도, 영향력과 상관없이 무능한 정치인으로 치부해 공천에서 배제하기에 이르렀다.

원로회의가 없는 나라, 어른들의 말이 무시되는 나라에서 새얼굴, 젊은 정치를 주장해봤자 경험과 덕은 부족한데다가 혈기만 왕성하다보니 몸싸움이나 하고 욕설을 퍼붓는 게 아닌가?

20대에 입문해 8선9선을 이루며 나라를 이끌고 책임지는 정치지도자는 없어지고 노태우나 전두환처럼 중간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끼어드는 외계인들을 찍어주는 미개한 정치풍토가 여전히 만연한다.

미국에서는 너무 나이가 들어 의회에 나갈 수 없더라도 예의상 공천을 주고 찍어주는 국회의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진이라는 말은 있어도 원로라는 말은 이제 정치판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교수해먹고, 장관해먹고, 회사중역해먹고, 장군해먹고 나서 제일 나중에 심심풀이 땅콩으로 씹는 곳이 정치판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혀 최고의 목표가 되는 정치판을 만들어야 한다.

참신한 인재를 주장하며 낙하산으로 떨어뜨리고 합종연횡하며 이당 저당 옮겨 다니고, 정말 수고한 사람을 권력자의 뜻과 다르다며 토사구팽시키는 정치풍토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행정고시, 사법고시, 외무고시만 실시하지 말고 정치고시를 실시하자.

이제라도 정치사관학교를 만들자. 명석한 인재들에게 제대로 된 정치제도를 공부하게끔 토대를 마련해주자.

우리의 미래정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해야만 오합지졸의 정치판을 끝내고 성숙한 정치풍토 아래 안정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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