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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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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이대로 좋은가
  • 경도신문
  • 승인 2016.04.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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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알록달록 수를 놓는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의 기지개를 켜고 활동하기에 좋은 시기다.

휴일이면 도로는 상춘객의 행렬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서 산책이나 하고 싶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민들의 생각이다.

내가 살고 있는 불광동 옆에는 북한산 둘레길이 있다.

서울시에서는 둘레길 탐방로를 곳곳에 마련해놓고 서울둘레길 완주 증명서까지 발급해주면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다.

전국적으로 둘레길이 유행한지 오래다.

지금도 지자체들은 너도 나도 앞 다투어 둘레길을 만든다.

제주도 올레길의 벤치마킹으로 태어난 둘레길은 이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생활용품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둘레길을 만드는 방법이 꼭 외국에서 수입한 나무를 깔아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한 이웃 자치단체에서 나무를 깔아 둘레길을 만든다고 우리 자치단체도 따라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전국적으로 둘레길을 만드느라 나무를 깔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통계를 내보아야 알겠지만 거의 천문학적 비용에 가까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민단체에서는 둘레길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 과연 그러한 공사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감시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해인사에서 하천을 끼고 소리길로 내려간 적이 있다.

우리는 너무나 멋진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설악산 십이선녀탕이나 주전골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도 풍광이 너무 멋져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을까 감탄을 자아낸 적이 있다. 내 고향 포천의 명성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모두 정말 멋진 풍경이다.

문제는 그런 등산로를 모두 나무로 깔았다는데 있다. 등산은 있는 그대로를 오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래야만 개척정신도 길러지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극기정신도 길러진다.

무차별적으로 산길 들길에 나무를 깔아대니 수입업자나 시공자들은 돈을 벌어서 기분이 좋겠지만 그냥 흙길 산길로 두어도 사람은 충분히 오르고 다닐 수 있는데 왜 이런 일을 할까 의아해지곤 했다.

둘레길을 개발해서 주민들에게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계도하고 여가를 선용해서 레저활동을 도와준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캠핑장이나, 공원을 만들어서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은 너무나도 고마운 행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불필요한 곳에다 왜 나무로 계단과 길을 깔아야 하느냐에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평발이 많다고 한다.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야 사람이 평형감각도 발달되고 균형감각도 좋아지는데 평평한 길만 걷다보니 평발이 되고 조금만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도 넘어지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한다.

둘레길의 개발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고마운 처사다.

그러나 나무로 산길 들길을 까는 것이 둘레길의 개념이 돼서는 곤란하다.

사람은 흙을 밟아야 산다.

흙을 밟지 않고 사는 사람은 흙을 밟고 사는 사람들에 비해 포악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가정집에서 화초를 기르는 것은 풀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풀을 자주 보다보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시골 사람들이 집안에다 화초를 기르는 일은 거의 없다.

눈을 뜨고 밖으로 나가면 늘 푸른 들판이 기다리고 있고 시시때때로 피어나는 풀꽃들과 복숭아꽃 살구꽃 목련 밤나무꽃 등 수많은 꽃들이 반겨주기 때문에 애써서 화초를 기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흙도 그런 이치다.

우리는 많은 비용을 감내하며 황토방을 만들고 흙으로 된 집을 짓고 살려 애쓴다.

그런데 왜 있는 흙을 밟지 못하게 나무로 깔아대는 것일까?

도시에서야 어쩔 수 없이 잘 포장된 길을 걸어야 하겠지만 교외로 나아가 산과 들에서는 제발 흙 좀 밟고 살게 내버려두자.

지자체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은 마치 길바닥을 파헤치고 새로 나무를 깔거나 보도블록을 깔아야 일을 한 것처럼 보이나 보다.

길을 나무로 까는 비용을 좀 자제하고 골목길의 가로등 설치에 쓰자.

여성안심귀갓길 확보에 더 신경을 쓰자.

노인정의 환경 개선이나 어린이집 지원,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의 지원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자.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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