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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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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 경도신문
  • 승인 2016.05.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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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 일어난 지 36돌을 맞이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야당 지도자들과 재야단체 인사 등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을 제창했고, 이 행사에 참석한 국무총리는 입을 다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행사를 전후로 해 우익 보수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데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앞 다퉈 쏟아내며 총공세를 펼친데 반해 민주당, 국민의당을 비롯한 재야단체 인사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직적 노래임으로 제창을 강행했다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무엇이 문제인가?

보수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을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가요” 라고 칭하면서 “노래의 제창 여부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고 말한다. 또 “이 노래는 반체제 혁명가요이며 종북으로 광주정신을 왜곡하는 노래” 라고 맹비난하는 인사도 있다.

기가 막히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이 노래 하나도 마음대로 부를 수 없는 나라인가?

상복에 끈이 있어야 하느니 없어야 하느니, 제물을 어떻게 놓아야 하느니 하는 하찮은 이유로 당파싸움을 일삼아 나라가 뒤엎어질 뻔 했던 조선시대 당파싸움을 보는 듯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세심히 읽어보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이 노래가사 속에 종북의 근거는 전혀 없다.

‘동지’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뜻을 같이한 사람이란 말로 북한에서 쓰는 ‘동무’라는 말과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자 말자”란 말은 죄 없는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신군부에 대한 원망과 민주주의에 대한 소망을 피력한 것일 뿐, 단 한 줄도 북한을 찬양하거나 고무한 흔적은 찾아볼 볼 수 없다. 요즘 종편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탈북 미녀들이 나와 북한의 음식, 북한의 제복, 북한의 풍습, 북한의 노래 등을 통해 북한 공산주의 체제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탈북미녀들은 고향의 노래라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을 찬양하는 노래를 여과 없이 부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과거에는 그런 이름을 입에서 꺼내기만 해도 보안대나 중앙정보부에서 잡아가던 시절이었다.

“마시자 한 잔의 술”, “왜 불러 왜 불러 돌아서서 걷는 사람 왜 불러” 등 이런 저런 서민들의 노래를 금지곡이라 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가 하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거나 장발이라며 경찰이 잣대와 바리깡을 가지고 단속하던 웃지 못 할 독재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이만갑’ 에서처럼 재미삼아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하더라도 북한체제가 좋다고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래를 불러 다른 사람의 영업을 방해한다거니 행사나 대화, 수면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못 부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노래는 단순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윤상원 씨와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을 위한 노래이지 그런 불온한 목적은 전혀 없다.

윤상원 씨는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서른 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다. 당시 전남대 사범대 국사교육학과에 다니던 박기순 씨는 지역 노동운동의 토대를 닦겠다며 들불야학을 연 당찬 여학생이었는데 1978년 연탄가스 중독을 숨졌고 둘은 마음이 잘 맞는 사이였다고 한다.

이 노래는 백기완 씨가 옥중에서 지은 시를 소설가 황석영 씨가 개사했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씨가 곡을 붙여 그 두 영혼의 결혼식 위한 노래로 지어졌을 뿐, 북한에 대한 아무런 찬양과 고무의 내용은 없으며 체제전복을 위한 시도 또한 전혀 없는 노래다. 그냥 노래 그 자체로 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일로 소모적 논쟁은 하지 말자.

이제 제발 우리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다 신군부에 의해 무참히 죽은 양민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은 삼가자.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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