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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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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 경도신문
  • 승인 2016.05.2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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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세계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맨부커상을 수상해 우리나라는 지금 문학신드롬에 휩싸였다.

그동안 해외에서 문학상을 탄 일이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한강 소설가의 수상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호들갑을 떨만큼 대단한 일이 된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일이 처음인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해외 문학상을 타본 일이 거의 전무하다 싶으니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 국내에도 수많은 문학상이 있다.

그런데 문학상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자기와 친분이 있는 작가에게 상을 주고, 그 작가는 나에게 상을 준 고마움에 다른 문학상을 심사할 때 나를 추천했던 그 작가에게 상을 주는, 그래서 서로 나눠 갖기를 하고 있는 세태를 보면서 나는 실망한 적이 많다.

우리나라의 문학풍토에서 정말 글을 잘 쓰면서 초야에 묻혀 있는 작가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글은 잘 쓰는데 돈 없고 힘이 없어 어떻게 해외문학상에 도전해야 할런지 길도 모르고 차비도 없어 주저앉아 신세한탄만 하는 실정이다.

이번에 한강 소설가가 상을 받은 일은 영국의 한 아마추어급 번역 작가가 한강의 소설을 번역해 쾌거를 이룬 것인데, 이는 그간 한국 사람이 한국 소설을 번역해온, 그래서 외국의 정서에 맞지 않고, 어휘력에 문제가 있는 번역 작품을 내놓았던 한국문단에 큰 숙제를 남겨주었으며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문제점을 제시해준 것이다.

첫 번째로는 해외 문학상에는 어떤 문학상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가수 민해경이 LA가요제, 조용필이 동경가요제 등에서 입상했다는 보도를 들은 바 있지만 한국 작가가 일본이나 중국, 필리핀 등 한국의 주변국가에서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리는 들어본 바도 없고 그런 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문이나 방송사도 보지 못했다.

이미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노벨문학상을 비롯해 맨부커상은 이번에 한강 소설가를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그밖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청소년문학상인 뉴베리상, 강철왕 카네기의 이름을 딴 카네기상, 과학문학과 공상문학 등 SF 문학계의 노벨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휴고 상 그리고 네뷸러 상, 로커스 상 등 수 없이 많은 해외문학상이 있는데도 우리는 이들 이름조차 들어본 바 없으니, 이런 문학상이 있음을 찾아다 알려주는 일은 언론들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신문 방송사에서는 해외의 문학상에 대한 자료와 응모 요령 등을 취재해서 보도해주길 바란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이 세계에서 읽혀질 수 있도록 번역의 방법을 새롭게 강구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의 문학을 우리 번역 작가가 번역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비롯해 큰 해외문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영어, 불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최소 5개 국어로 번역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 하나로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고 있으니, 해외 문학상을 탄다는 것은 꿈을 꿀 수조차 없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야 하는가? 요즘 해외에서 수많은 유학생들이 국내 대학으로 유학을 오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문학을 번역할 수 있도록 가르치자. 한국문학 번역학과를 신설하고 그 학과에는 외국 유학생들만 받아 한국 작가의 시나 소설을 번역하게끔 공부를 시키자.

세 번째로는 해외의 서점에 꽂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잘 아는 지인이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최대 서점에 가서 한국의 책을 찾으려고 하니 문학예술을 포함한 역사 등 모든 책을 통틀어 10권도 안 꽂혀 있더라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사람에게 가장 오랫동안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문학이고 보면 문학을 통한 한국문화의 보급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요즘 드라마나 음반을 통한 한류의 확산이 두드러진다.

이는 드라마와 음반이 문학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본다면 대기업은 휴대폰과 TV, 자동차와 철강 제품 수출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보다 지속적인 구매자를 확보하기를 원한다면, 그 방법으로 지금이 본격적으로 문학수출을 시도할 적기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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