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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풍과 자연에게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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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풍과 자연에게 배우자
  • 경도신문
  • 승인 2016.10.3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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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단풍철이다. 설악산에서부터 시작된 오색단풍이 남녘으로 향해 남하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와 내장산 등 단풍이 유명하다는 곳으로 통하는 길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가족 여행에서부터 직장, 동창, 수련회 등 갖가지 모임들이 단풍관광으로 대체하고 있다.

필자가 나온 동창회에서도 대둔산 단풍관광을 간다고 하고, 동네 친목회에서는 모악산을 간다고 한다.

너도 나도 단풍관광을 가는 철이 되면 잘 하던 일도 하기 싫어진다.

나라가 위기이네, 서민경제가 어렵네 하는 것도 다 빈말인 듯싶다.

필자도 차를 가지고 다니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겠지만, 어디서 그렇게 많은 행락차량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든 같을 것이지만, 조금 참아보자.

외국여행을 자제하고 국내에 눈을 돌려보자.

단풍은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그토록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인 듯 보인다.
 
산에 오르면 너무도 좋은 나머지 “야호!”를 연발한다.

산짐승, 날짐승이 놀라니 그러지 말라는데도 막무가내다.

행락질서라는 말이 있다. 노는 것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난 이다음에 크면 엄마들처럼, 할머니들처럼 버스에서 뛰며 놀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 나이가 돼보니 그간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버스나 관광지에서 음악 틀어놓고 춤추며 노는 것이 이해가 간다.

잠시 일상을 잊고 즐겨보자는 심사가 아닌가. 그러나 이제 그것도 참아보자.

차창에 기대어 먼 산을 바라보며 그간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자.

아름다운 단풍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 단풍처럼 아름답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가족들을 생각해보자. 부부간에 진정한 대화를 하면서 처녀총각 때처럼 ‘사랑한다’ 고 ‘당신을 만난 것이 내가 한 일 중에 최고로 잘한 일’ 이라고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 고 표현해보자.

한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 세상에 왔다가는 의미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골치 아프게 여행 와서도 그런 걸 생각하느냐고 하겠지만 여행할 때 빼고 언제 그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겨를이나 있었던가?

미국 여행을 자주 다니는 어느 사람의 말에 의하면 미국 사람들은 등산을 갈 때면 아무리 소변이 마려워도 절대로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지 않는단다.

한국 사람들은 고사리고, 버섯이고 마구 채취해 가지만 미국 사람들은 절대로 그러지 않는단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그저 나무만 서 있어도, 조금 큰 바위만 있어도 돌아서서 물총을 겨눈다.

아줌마가 뒤따라오든, 딸 같은 젊은 여자가 따라오든 이미 부끄러움, 창피함은 엿 바꿔 먹은 지 오래다.

버섯이든 나물이든 돌이든 무엇이든 들고 가려 한다. 이제 좀 삼가 하자.

음악 틀어놓고 춤추며 고성방가 하는 일을 삼가 하자.

먼저 가려고 갓길로 가거나, 남이야 가든 말든 자신만 주차하면 된다는 식으로 갓길에 주자하지 말자.

말로만 선진국으로 가자고 외칠 것이 아니라 공공질서부터 지켜서, 의식수준부터 선진국으로 가자.

아스팔트에 비가 오면 물을 먹듯 바위도 물을 마시니 바위는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다. 좀 자중하고 바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람의 수명은 100년 남짓이라 저물녘의 시장판처럼 자주 떠들어야 한다지만, 바위는 50억 년을 살아왔기에 극도로 말을 삼가고 있다가 가끔 메아리로 되돌려주는 슬기를 배우자.

바위가 사람처럼 먹고 싶은 대로 물을 마신다면 아마도 이 세상의 물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서져 가루가 되지 않을 만큼만 참고 참았다가 아주 극소량만을 마시며 햇볕만으로도 허기지지 않고 50억 년을 살아가고 있는 바위에게 배우자.

잎사귀를 도르르 말아서 아주 작은 햇빛만을 마시며 천년을 살아가는 소나무에게 배우자.

그 가는 실뿌리로 바위를 뚫고 들어가며 가장 아름다운 색깔로 단풍 물을 길어 올리는 뿌리의 수고로움과 지혜를 생각해보자.

평생 태어난 곳에서만 살아도 불평치 않고 누가 보아주거나 그렇지 않거나, 알아주거나 그렇지 않거나 나름의 최선을 다해 숲을 이루는 잡목의 인내를 배우자.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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