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8 20:09 (일)
나무관리법을 제정하자
상태바
나무관리법을 제정하자
  • 경도신문
  • 승인 2015.07.10 1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는 사람의 사랑으로 자란다. 큰 산에는 오래된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자연적으로 태어난 나무는 아름드리나무로 자라지 않는다.

마의 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꽃아 놓은 것이라고도 하는 용문산 은행나무나 각 시골마을 어귀에 서있는 당산나무 등 우리 주변에 자라고 있는 큰 나무들은 모두 사람들의 사랑으로 자란다.

경상북도 문경이 고향인 한 시인이 고향에 갔는데 수 백 년 살아온 느티나무 두 그루가 한 해에 다 죽었더란다.

사람들은 오래된 두 나무가 한 해에 다 죽었다니까 나라가 망할 조라느니, 머리가 쭈뼛 설 일이라느니, 온 마을이 느티나무 두 그루가 죽은 일로 뒤숭숭했다.

그 시인은 곰곰이 생각했다.

도대체 왜 그 큰 나무들이 한 해에 다 죽은 것일까? 가물어서 죽었을까? 수명이 다해 죽었을까? 누가 농약을 주어 해코지 한 것은 아닐까?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원인이 생각지 않았다.

결국 그는 “사랑을 받지 못해 죽었다”는 시적 결론을 내기에 이르렀다.

옛날 같으면 당산나무는 장기를 두거나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는 장소였다.

할머니들이 손자를 데리고 나와 부채로 부쳐주며 재웠을 것이다.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다가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쳤을 것이고, 어른들은 장기를 두며 “장이야 군이야!”를 외쳤을 것이다. 그런데 당산나무는 이제 무용지물이 됐다.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다니느라 바빠 숨바꼭질을 할 새가 없다.

할머니들이 손자를 데리고 당산나무 그늘에라도 가려고 하면 며느리들은 눈을 부라리며 “아이에게 모기라도 물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다그친다.

그런 실정이니 당산나무는 그 외로움을 안으로 삭이다가 이렇게 살면 뭐하느냐며 자살했을 것 같다.

사람들은 나무를 너무나 함부로 대한다. 황학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기 시작할 즈음, 사람들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가로수의 나뭇가지를 잘라내고 있었다.

가지치기를 하는 줄 알았더니 그 많은 가로수를 모두 잘라내는 것이 아닌가?

나무들을 모두 잘라내고 가로수 하나 없는 보도블록을 깔더니 그 위에 버스정류장을 짓고 지붕을 덮는 것이었다.

서울거리를 걷다보면 가로수가 잘 자란 거리가 있는가하면 어떤 가게 앞은 너무 웃자라 보이는 가로수도 있고 어떤 가게 앞은 죽은 나무가 서있는 곳도 있다.

간판이 보이도록 자꾸만 잘라내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봄이면 몸뚱어리만 남고 몽당 잘리기도 한다.

어떤 나무는 자기의 가게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몰래 농약을 주어 죽이거나 나무껍질을 까놓아 서서히 말라죽게 하는 경우를 본다.

말 못하는 나무라고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이 있다.

나무는 광합성작용을 해 우리에게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준다.

그늘을 만들어주어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해주고, 맛있는 과일을 주며, 우리의 등허리를 따뜻하게 데워주기도 하고, 우리가 살고 사용하는 건물과 가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런 고마운 나무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주었는가? 요즘 우리나라 전역에는 일명 둘레길이라 하는 나무길이 깔려있다.

그냥 흙길을 밟아도 되건만 아름답다는 이유로 온통 나무 길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건강하다.

흙을 가까이하고 살아야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온통 나무로 된 길을 만들어놓고 그 위를 걸으며 좋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구의 허파가 손상돼서 지구가 아파함을 알지 못한다.

나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나무관리법을 만들자. 나무등록제를 도입하자.

전국에 있는 오래된 나무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관리하자.

가로수를 아무나, 아무 때나 나무를 자를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하자.

나무를 잘 관리하는 관계기관이나 공무원, 개인에게 시상하고 인사고과의 평점을 주자.

나무가 국력이다. 오래된 나무가 즐비한 선진국을 보면 공연히 부러운 생각이 든다.

나무가 살기 좋은 나라의 상징임을 잊지 말자.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