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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의 지식 재산 千 態 萬 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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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의 지식 재산 千 態 萬 象
  • 경도신문
  • 승인 2015.07.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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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관과 변리사

▲ 金 基 寧

올바른 특허법률 사무소 대표변리사

무화과나무는 1년 내내 열매를 맺어 숲에 사는 생물들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벌은 무화과 열매를 뚫고 들어가 알을 낳고 암컷은 꽃가루를 가슴 주머니에 담아 다른 나무에 전해 줌으로써 열매를 맺게 하기 때문에 열매는 무화과나무와 꿀벌의 합작품이라고 한다. 헬리코니아라는 식물은 붉은 색의 포와 노란색 꽃이 매우 아름답다.

이 꽃은 열대 아메리카와 인도네시아까지 태평양 군도에서 자생하는 키가 큰 다년생 풀로서 벌새가 아니면 스스로 번식할 수 없다고 한다. 벌새가 뾰족한 부리로 꿀을 빨아 먹는 대신 꽃가루를 다른 꽃에 옮겨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들은 서로 아름다운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들 외에도 주위에서 많은 생물들이 서로 어울려 공생관계를 이루고 사는 것을 보면 세상은 다윈의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이 아니라 오히려 공생 공존관계가 주를 이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심사관과 변리사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공생관계를 언급하는 것은 이들의 관계도 넓게 보면 그러한 관계의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리사의 입장에서 보면 현실은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변리사는 출원인을 대리해 심사관을 대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계약관계에서 일종의 을의 입장에 있다고 할 것이다. 심사관은 변리사가 제출한 서류를 심사하고 심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우위의 입지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정이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에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낮은 자세로 임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본인이 과거 특허청의 심사과장에 재직했을 당시 변리사님들이 사무실에 종종 들르기도 했다. 이들은 담당 심사관을 만나 출원 내용을 설명하거나 등록이 될 수 있도록 설득했다. 때로는 변리사님들이 과장이나 담당 직원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어떤 큰 특허사무실의 소장님 초청으로 직원들과 함께 회식을 할 때였다.

그 자리에서 본인이 그분께 “현직이 힘이 있다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 지 아십니까?” 라고 질문했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연세가 지긋한 분에게 젊은 과장의 당돌한 질문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과장의 권한이 컸고 당시에는 심사관들은 박봉의 공무원인 반면 변리사들은 돈을 많이 버는 분들이라는 인식도 작용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직을 떠난 지도 15년이 되는 지금은 모르는 심사관들이 많고 과거와는 반대의 위치에서 심사관들을 대하니 느끼는 감회가 많다. 상담을 할 때 어떤 심사관들은 친절하게 대해 주지만 어떤 심사관들은 불친절할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본인도 과거에 이들과 같은 입장에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고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전문직 수입 중에서 변리사 수입이 가장 많다는 보도가 될 때도 있지만 수입이 적은 변리사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특허청에 근무하다 퇴직해 변리사로 일하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현재의 수입이 재직 시 공무원 보수보다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연금을 받기 때문에 수입 보다는 늦은 나이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변리사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 어떻든 변리사들이 보수를 떠나서도 오랜 기간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고객인 출원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심사관들은 변리사와 출원인들로부터 받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변리사들이 중요한 고객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심사관과 변리사는 서로가 상생 또는 공생하는 관계임을 인식하고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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