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5 21:39 (목)
당신의 무관심 속 빨간 소화전
상태바
당신의 무관심 속 빨간 소화전
  • 경도신문
  • 승인 2017.10.20 2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 현 민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소화전이 있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식구들과 외식을 하러 갈 때에도 우리는 분명 수많은 소화전을 지나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쳐가는 가로등, 전봇대, 광고판처럼 우리는 거리의 소화전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소화전(消火栓)의 한자어를 우리말로 풀어 쓰면 ‘불을 끄는 마개’쯤 되겠고, 사전적 의미로는 ‘소화를 위해 상수도의 급수관에 소화호스를 장치하기 위한 시설’ 즉,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해 소방차에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소방대원과 소방장비 그리고 소방용수를 소방력의 3대 요소라고 할 만큼 소방용수는 성공적인 화재진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아무리 숙련된 대원과 고성능의 소방차가 있더라도 물이 없으면 불을 끌 수 없다.

그래서 소화전이 눈에 잘 띄도록 하기 위해 빨간색 옷도 입혀놨고 혹시나 사고에 노출될까 노란색 전용 보호틀도 설치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해서 소화전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소화전 앞을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다른 소화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력이 분산돼 버리고 시간이 지체될 수 있는데, 그동안 화재가 확산되거나 피해가 커지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를 방지하기 위해 도로교통법에서는 소방용수시설 5m 이내에 주·정차된 차량에 대해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소방관서에서도 정기·수시 단속을 통해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과태료 부과 안내서를 확인한 차주는 뒤늦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그 자리에 소화전이 있는 줄 몰랐다며 읍소를 하는 일이 빈번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사이먼스’와 ‘차브리스’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통해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증명했다.

소화전은 새빨간 옷을 입고 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봐주길 바라며 언제나 같은자리에 서있었다.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은 사람들이지 소화전이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무관심속에 주차한 내 차량 때문에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주차공간을 찾으면서 혹은 주차 후 내리면서 차 주위에 소화전이 서있지 않는지 한번만 확인해 보는 습관을 갖는 것만으로 소방대원이 다른 소화전을 찾느라 화재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지는 일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서부소방서 신현119안전센터 소방사 김 현 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