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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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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의 계절
  • 경도신문
  • 승인 2015.08.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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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의 계절이 돌아왔다. 흔히 금초라고도 불리는 벌초는 단순히 풀을 깎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조상의 유택을 다시 단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추석 후에 벌초를 하는 자식은 자식으로 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추석 전에 벌초를 해놓지 않으면 조상들이 덤불을 쓰고 추석을 먹으러 온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그럼 벌초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 집안은 해마다 처서가 지난 첫 일요일에 모여 벌초를 해오고 있다.

왜 우리 집안이 왜 처서가 지난 첫 일요일을 벌초하는 날로 정했을까? 처서는 우리나라 장례문화에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처서는 더위가 물러갔다는 의미를 넘어서 산소의 풀들이 다 자랐으니 벌초를 해도 더 이상 크게 자라나오지 않는다. 또한 처서는 견과류들이 익어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잣이나 호두, 개암 등 견과류들의 속이 들어차서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머루, 다래 등도 익어 따먹으며 벌초와 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거나 고소한 개암 알이 우리의 입맛을 돋궈주기도 한다.

벌초의 계절이면 대략적으로 조심해야 할 다섯 가지의 예를 들어본다. 우선 첫 번째로 뱀을 조심해야 한다.

살모사나 까치독사 같은 맹독성 뱀에 물리게 되면 손과 발을 절단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유혈목이 같은 뱀들도 봄에는 독이 없다고 하나 늦여름에는 자신을 방어할 독을 지니므로 장화나 등산화 등 견고한 신발을 신고 벌초를 하러 가야 한다.

두 번째로 쐐기의 쏘임이다.

쐐기는 억새나 개암나무 잎, 오리나무 잎 등 다양한 잎사귀에 붙어사는 벌레인데, 스치기만 하면 금방 부풀어 오르고 가려움을 동반하는 증상을 보인다.

쐐기에 쏘이지 않기 위해서는 긴소매의 옷을 입거나 토시를 끼고 벌초 작업에 임해야 한다. 세 번째로 벌을 조심해야 한다.

 땅벌은 산소 주변의 작은 나무 밑 땅 속에 집을 짓고 살고, 나나니벌은 회양목 같은 작은 나무에 집을 짓고 20마리 내외의 벌을 거느리고 살기 때문에 건드리기 전까지는 발견하기 어렵다.

땅벌은 자신의 집을 건드리게 되면 무차별로 나와 사람을 공격하므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그리고 나나니벌 역시 맹독성의 침을 가지고 여러 번 찌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그런 벌의 공격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무성한 풀숲이나 산소 주변의 나무들을 흙이나 돌 등을 던져 벌이 살고 있는지 알아본 후 벌초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네 번째로 예초기 나 낫을 사용하다가 벌어지는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이다.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작동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칼날에 튕겨 나오는 돌로 주변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거나 돌아가는 칼날에 주변사람들을 다치게 하기 쉽다.

또한 잘 들지 않는 낫으로 풀을 베다가는 손을 베이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예초기 칼날의 회전력으로 날아오는 돌이나 나뭇가지로부터 눈과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나 모자, 수건 등을 쓰고 꼭 장갑을 끼어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일사병이나 다량의 음주로부터 인한 탈진사고다.

산소에 벌초작업을 갈 때는 충분한 음료수를 가지고 가야 한다.

그래서 수시로 물을 마시면서 작업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작업시간이 지나면 나무그늘에 쉬어가며 다른 산소의 작업을 해야 한다.

벌초작업을 할 때면 의례히 술을 가지고 가는데, 이때 소주 같은 독한 술 보다는 막걸리나 맥주 같이 알코올 도수가 약한 주류가 적합하며 이 또한 목을 축이는 정도로 마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혈압관계에 작용을 해 치명적일 수 있다.

벌초는 부모님 산소에 국한하는 벌초부터 가까운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하는 벌초, 그리고 시조나 중시조의 산소를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하는 대동금초까지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일부 개신교인들은 벌초로 유교적 행위로 잘 못 알고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엄연히 자신의 뿌리에 관한 중요한 행사이며, 벌초를 통해 집안의 화목을 도모함은 물론 조상의 산소를 잊고 돌보지 않아서 골 총으로 남게 해 손가락질 받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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