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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과 Vani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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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과 Vanitas
  • 경도신문
  • 승인 2015.09.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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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진다. 세계를 아름답게 물들이던 생명의 빛이 사위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과 사고들, 전쟁과 난민, 침몰된 선박 등.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들이 곁들어지고 한동안 공감하며 동정하며 마음쓰다보면 어느덧 찬란한 빛은 석양에 저문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삶이란 언제나 위태위태하다.

수많은 국가들이 좁은 땅덩어리에 얽혀있어 전쟁이 끊이지 않던 유럽에서는, 여러 세기 동안 권력자의 서재와 침실에 인간의 해골을 장식품으로 놓아두었다.

이를 ‘바니타스’라 한다. 또한 ‘바니타스 정물화’가 유행했는데, 이 그림들은 해골, 촛불, 모래시계 등을 사용해 인생의 덧없음을 드러냈다.

“Vanity of vanities; all is vanity!”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2)

때때로 죽음에 대한 생각(Vanity)은 삶에 대한 애착으로 바뀐다.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은 매 순간 기쁨을 찾으려 애쓰게 된다.

날벼락같은 재난은 막을 수 없을지언정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면 재난을 대하는 태도와 그 이후의 삶도 바꿀 수 있다.

이 생각을 직업윤리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공직에 있어 청렴이란 생명과도 같다.

공직자가 청렴을 잃었다면 이는 곧 그 직(職)에 대한 사망선고와도 같다.

청렴에 생명과 죽음을 대입하면 자신의 직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생계수단이나 지루한 일, 권력과 명예의 수단이 아닌 순수한 그 무엇을 깨닫게 될 것이다.

헛된 욕심과 부주의로 자신의 직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

러나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청렴으로 자신의 직(職)을 수행하면서 한눈팔지 않는다면 예기치 못한 사고에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해도 이제껏 지켜온 중심이 있기에 흔들림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겁을 주면서, 우리 존재의 핵심 속에서 우리가 응당 알고 있는 바대로 삶을 이끌어갈 기회를 부여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의 의미를 회복시켜준다.”
(알랭 드 보통)

죽음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삶의 의미를 회복시키듯, 청렴은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직(職)의 의미를 변화시킨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바니타스(vanitas)를 통해 삶을, 청렴(integrity)을 통해 직(職)의 의미전환을 이루고 각자의 색으로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빛이 되길 기원해본다.

<강화소방서 내가119안전센터 소방교 김 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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