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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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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지방자치
  • 경도신문
  • 승인 2015.09.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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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축제의 달이다.

10월 한 달 동안 전국 곳곳에는 수많은 축제가 준비돼 있다.

내가 소속된 한국스토리문인협회에서도 10월 10일 토요일부터 11일까지 1박2일로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자락에 가서 천상병문학제를 연다.

우리나라는 이제 바야흐로 축제의 나라다.

1년 열두 달, 226개의 지방자치단체 중에 축제가 없는 날은 없다.

축제만이 그 고장을 알리는 길이라 생각하는 같다.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기의 고장을 알리기 위해 갖가지 묘안들을 짜내서 축제를 연다.

경기도에는 28개의 시가 있고 3개의 군이 있다.

또 인천시에는 2개의 군과 8개의 구가 있다.

이 41개의 시군구가 모두 올 가을에 축제를 열거나 기획하고 있다.

지난봄에는 고양국제꽃박람회에 다녀왔다.

수년간 고양시 꽃축제에 다녀봤지만, 과거의 양적 축제, 돈벌이 축제에서 벗어나 난(蘭) 한 점에도 예술적 감각으로 정성을 기울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며, 다른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싶게 만든 축제여서 기분이 좋았다.

성공한 축제로 함평 나비축제, 영월 김삿갓 축제 등을 들 두 있다.

축제는 되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주관하고 일원화해야 하는데, 각 단체마다 국민의 세금을 배당받아 서투른 준비로 서둘러 축제를 연다.

축제를 열려면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첫째, 과연 이 축제가 이 고장에 맞는 축제인가 하는 것이다. 그 고장의 특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벤트성 축제는 아닌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둘째, 주민의 강제동원은 없는지, 다시 말해서 스스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축제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셋째, 공연히 축제를 빌미로 예산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몇 년 전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한 지방을 방문한 일이 있다.

이름은 거창하게 전국단위축제로 돼 있었으나 정작 참여하는 사람은 행사를 주관한 당사자들뿐이고 일반인이 거의 참여하지 않은 축제였다.

그 고장을 노래로 만들어 알리겠다는 취지는 너무나도 좋았다.

그런데 음악축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중이 없었으며 주관하는 몇 사람만의 끼리끼리의 축제가 되고 말았다.

취지가 아무리 좋은 축제라 하더라도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주관하는 단체 회원들 만에 의해서 진행되는 축제는 곤란하다.

필자의 고향은 포천이다.

포천시에도 억새꽃축제, 동장군축제, 개성인삼축제, 운악산 단풍축제, 대한민국 술축제 등 여러 가지 축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명성산 억새꽃축제이다.

명성산에 억새꽃이 필 때면 몰려드는 관광객들은 수십만에 이르는데 정작 억새 외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는 관광객들의 평가이고 보면, 이에 반한 포천시의 명예는 그만큼 실추될 것이다.

축제를 열려면 전문기획단을 구성해 적어도 몇 년의 준비과정과 그 고장에 맞는 특성을 살린 축제를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두 사람이나 한두 단체에서 기획 주관하는 것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이다.

많은 지방자체의 축제를 열려는 책임자들이 장차 지방자치단체의 의원이나 장, 국회의원 등에 출마 또는 재당선하기 위해 선심성 축제를 열고 있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축제의 나라다.

전국이 축제의 장이요, 일 년 열두 달 축제가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축제를 기획하기보다는 그 비용으로 내 고장 사람들이 더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끝으로 축제가 끝나면 꼭 그 지방자치단체의 의원들이 예산을 심의해서 내준 만큼 축제의 성과를 냉철하고도 엄정하게 예산이 불필요하게 낭비된 점은 없는지, 부족한 부분이나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꼼꼼히 감사하고 평가해 축제를 빌미로 개인의 주머니를 채우거나 세금을 축내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선심성 축제와 공원, 보도블록 건설 등의 인프라 구축을 빌미로 새어나가는 국민의 세금을 막지 못한다면 이는 곧 재정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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