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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게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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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게 배우자
  • 경도신문
  • 승인 2015.11.15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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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막바지 절정이다. 11월 말쯤이면 전국에 있는 모든 나뭇잎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에서부터 시작된 오색단풍이 남녘으로 향해 남하해 절정을 이루고 있다. 가족 여행에서부터 직장, 동창, 수련회 등 갖가지 모임들이 단풍관광으로 대체하고 있다.

동창회에서도 설악산 단풍관광을 다녀왔고, 내가 수석부회장으로 있는 서울솔개산악회에서는 11월 22일 충남 보령에 있는 오서산으로 산행을 간다고 한다.

너도 나도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을 보면 나만 이렇게 사나 싶기도 하다.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말도 다 빈말인 듯싶다.

외국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든 같을 것이지만, 조금 참아보자. 외국여행을 자재하고 국내에 눈을 돌려보자.

단풍은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그토록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인 듯 보인다. 산에 오르면 너무도 좋은 나머지 “야호!”를 연발한다.

산짐승, 날짐승이 놀라니 그러지 말라는데도 막무가내다.

행락질서라는 말이 있다. 노는 것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난 이다음에 크면 엄마들처럼, 할머니들처럼 버스에서 뛰며 놀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간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보자며 버스나 관광지에서 음악 틀어놓고 춤추며 노는 것이 이해가 간다.

잠시 일상을 잊고 즐겨보자는 심사가 아닌가.

그러나 이제 그것도 참아보자. 차창에 기대어 먼 산을 바라보며 그간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자.

아름다운 단풍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 단풍처럼 아름답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가족들을 생각해보자.

부부간에 진정한 대화를 하면서 처녀총각 때처럼 ‘사랑한다’고 ‘당신을 만난 것이 내가 한 일 중에 최고로 잘한 일’이라고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고 표현해보자.

한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 세상에 왔다가는 의미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골치 아프게 여행 와서도 그런 걸 생각하느냐고 하겠지만 여행할 때 빼고 언제 그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겨를이나 있었던가?

미국 여행을 자주 다니는 어느 사람의 말에 의하면 미국 사람들은 등산을 갈 때면 아무리 소변이 마려워도 절대로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지 않는단다.

한국 사람들은 고사리고,버섯이고 마구 채취해 가지만 미국 사람들은 절대로 그러지 않는단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그저 나무만 서 있어도, 조금 큰 바위만 있어도 돌아서서 물총을 겨눈다.

아줌마가 뒤따라오든, 딸 같은 젊은 여자가 따라오든 이미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은 엿 바꿔 먹은 지 오래다.

이제 좀 삼가 하자. 먼저 가려고 갓길로 가거나, 남이야 가든 말든 자신만 주차하면 된다는 식으로 갓길에 주자하지 말자.

말로만 선진국으로 가자고 외칠 것이 아니라 공공질서부터 지켜서, 의식수준부터 선진국으로 가자. 사람은 입으로 말하고, 나무는 온몸의 수화로 말을 한다.

사람의 말뿐 아니라 바람의 말이나 짐승의 말까지 모든 말을 다 알아듣는다.

나뭇잎(입)이라 하지 않던가, 잎사귀(귀)라 하지 않던가? 아스팔트에 비가 오면 물을 먹듯 바위도 물을 마시니 바위는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다.

좀 자중하고 바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부서져 가루가 되지 않을 만큼만 참고 참았다가 아주 극소량의 물을 마시며 햇볕만으로도 허기지지 않고 50억년을 살아가고 있는 바위에게 배우자.

잎사귀를 침처럼 가늘고 뾰족하게 해서 바람을 견디며 천년을 살아가는 소나무에게 배우자.

바위를 뚫고 들어가 가장 아름다운 색깔로 단풍물을 길어 올리는 단풍나무 뿌리의 지혜를 생각해보자.

평생 태어난 곳에서만 살아도 불평치 않고 누가 보아주거나 그렇지 않거나, 알아주거나 그렇지 않거나 나름의 최선을 다해 숲을 이루는 잡목의 인내를 배우자.

극도로 말을 삼가고 있다가 가끔 메아리로 되돌려주는 산의 슬기를 배우자.

단풍관광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깊이를 관찰해 배우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떠드는 유흥문화에서 벗어나 나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하며 자연으로부터 배워보자.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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