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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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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 경도신문
  • 승인 2015.12.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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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송년회에 오라고 우편에 메일에 카톡에 문자에 난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12월 만에 행사를 몰아서 하는지 모르겠다.

12월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내 몸은 정말 힘들다.

말 못하는 간이 녹아내릴 지경이다.

매달 만나던 사람들도 한 번 더 만나자고 하고, 가족 친지는 물론 친구들, 심지어 군대 동기들까지 만나자고 하니 바쁜 나는 안 가지나 미안하고 가자니 그저 그런 행사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면쩍기 그지없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고 있는 계간 스토리문학의 문학상 시상식이나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과정의 엔솔로지 출판식은 모두 1월로 미룬 상태다.

송년행사들이 모두 12월에 몰려있다 보니 나까지 가세해서 지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해마다 나는 1월에 시무식을 겸해서 행사를 한다.

1월에 행사를 하다 보니 결심도 생기고 해서 과음을 하거나 끽연으로 인한 건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많이들 자제하는 것 같다.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설계하는 모임이다 보니 건전한 생각이 오가서 좋은 것 같다.

문단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문인들의 송년회만 하더라도 10여 차례 가야한다.

게다가 초중고 및 대학의 동창회 송년회에다가, 산악회 송년회, 헬스장 송년회, 군대동기들의 송년회, 인쇄업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송년회, 사회 친구들과의 송년회, 회사 직원들과의 송년회 등을 따지고 보면 12월 한 달은 술독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술문화가 너무 관대한 듯하다.

 술장사 하시는 분들이나 술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송구한 말씀이지만 술 사먹기가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너무 쉽게 술을 살 수 있으니까, 아무데서나 엉덩이만 붙이면 술을 마셔도 되니까 국민들의 대부분이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동국가에서는 아예 술을 팔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또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실내에서나 술을 마실 수 있지 우리나라처럼 노점에 앉아 술을 마시는 일은 금지돼 있다고 한다.

담뱃값이 5천원으로 올랐듯이 맞아죽을 이야기지만 막걸리 값이나 소주 값도 1만원 쯤 되면 술을 덜 마실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조금 관대해지긴 했지만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술을 권하는지 모르겠다.

먹지 않으면 강압적으로 마시라는 친구나 동료들도 있고, 여직원이나 여류시인들에게도 마구 술을 퍼먹이려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이젠 안 마신다면 안 주는 문화가 정착될 때도 됐는데 말이다.

우리는 부어라 마셔라 하는 송년회를 치러 온지도 수십 년이 지났다.

아무튼 송년회를 술로 채우는 일에는 반대다. 송년회를 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서로의 장점을 칭찬해주며 상을 주는 송년회는 좋다.

그런데 차후에 술을 마셔야 하는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어떤 회사에서는 여행으로 송년회를 대체한다고 한다.

또 어떤 모임에서는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러가기도 한다.

전시회를 보거나 음악회를 가는 것도 참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임 후에 뒤풀이라며 술을 마시려면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몇 천 원짜리 밥을 먹은 후 차 한 잔 나누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송년회는 그럴 듯 할 것 같기도 하다.

조찬송년회 같은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침이니 웬만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을 것 같고 7시쯤 모여 1,2시간 정도 행사를 하고 해장국 한 그릇 먹고 헤어지는 송년회는 어떨까? 회원들끼리 서로 거리가 멀다면 점심 때 하는 송년회는 어떨까?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이 오는 시간과 내려가는 시간을 여유롭게 해주고 위에 큰 부담이 되지 않게 점심을 먹으면서 모이는 송년회문화도 괜찮을 것 같다.

서면송년회는 어떨까? 약간의 선물이나 상품권을 보내면서 편지로 대신하는 송년회, 사무실에서 가까운 산에 오르며 하는 등산송년회는 어떨까?

송년회, 이대로 좋은가? 보다 성숙한 송년문화를 만들어 보자.

이젠 우리 마음속에 송년회는 술을 마셔야 하고 한 바탕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때가 왔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김 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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