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까마중
정 영희
정 영희
눈부셨던 검은 햇살이
소녀와 까마중 잎사귀에
쏟아졌어요.
색깔도 바랜 웃옷은
육이오가 주고 간 선물이었죠.
총성은 이따금씩 머리 위에 웅웅
거렸어요.
배고픔도 총성만큼 무서웠지요.
어쩌다 다시 온 집
그리고 눈앞엔 까마중이 집담
가득 햇발과 뒹굴었어요.
보라색 입술이 될때까지 까마중을
먹고, 또 먹고
작은 손마져 검보라색이 됐죠.
그날이
마지막 기억이였어요.
연백리 소녀의 집
눈물처럼 하이얀 소녀의 까마중
이야길 들어요.
칠십여년이나 흐른
그 이야기를요.
언제나 미소 지으며
말을 하는데
내 가슴에선 가슴 시린 눈물이
나요.
그리고 육이오 속에
배고팠던 그 소녀는요.
그 소녀는
지금은 죽음을 기다리는
백발의 나의 엄마가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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