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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싸이렌, 소음 아닌 생명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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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싸이렌, 소음 아닌 생명의 소리
  • 경도신문
  • 승인 2015.12.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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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살던 집은 높은 언덕에 위치한 달과  가까운 달동네였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이라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놀이는 좁고 꼬부라진 골목길 길에서의 술래잡기가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방범등도 없는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비추는 것은 하늘에서 비치는 달빛이었고 그 달님을 벗 삼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온 동네를 웃고 떠들며 시끄럽게 휘젓고 다녔다.

늦은 밤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아이들에게 야단치는 어른들은 없었다.

당시에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 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피곤도 할 테고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하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 동네 어른들은 모두가 아버지였고 어머니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놀이마당이 없는 좁디좁은 길과 쉴만한 공간이 없는 집안 형편 등을 생각하며 속으로 아픔을 삭혀야 하는 우리네 부모님들에게 그나마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어른들에겐 큰 기쁨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멈추게 된 것은 우리엄마의 큰소리가 나를 부르면서 였다.

″어서와! 씻고, 밥 먹어야지!″, ″아~앵~앵!″ 소방차에서 울리는 싸이렌 소리가 깊은 밤공기를 갈랐다.

″어디 불 났나봐요! 싸이렌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부모님들의 대화가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나의 귓속에 전해져 왔다.

″ 쯧쯧! 어느 댁인지 안됐네요, 빨리 꺼야지.″  싸이렌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왔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 아래 오씨네서 불이 났대,″ 누군가의 목소리에 집 밖으로 나왔을 때 어둠속에서 붉은 빛을 발하는 창영이네 집이 보였다.

좁은 언덕길이라 소방차의 접근은 어려워 불을 끄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아래에서 난 불의 불티가 우리 집으로도 날라 오고 있었다.

심야시간임에도 동네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모두가 물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일부 용감한 어른들은 창영이네 집에 물을 퍼붓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은 자기 집 지붕위로 올라가 바람에 날리는 불티를 끄기 위해 지붕에 물을 뿌렸다.

온 동네 사람들의 노력으로 옆집으로의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무렵 소방대가 도착했다.

물론 우리 집도 안전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앗 찔 했던 추억이다.

난 그때 소방차의 싸이렌 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그 소리가 우리의 부모님을 깨웠고 동네 어른사람들을 깨워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방관이 된 요즘 소방차의 싸이렌이 시끄럽다고 도심지 아파트 밀집해 있는 주민들이 소리를 작게 해달라고 한다.

주민들의 편의를 생각해 일정거리를 지나면서 소방차 싸이렌을 취명하기도 한다.

소방차의 싸이렌은 주민들에게 화재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면도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 옆집에 불이 난것도 모르고 있다가 소방차가 온 것 보고 대피하듯이 피난의 역할도 해주며 도로에서는 우선해서 운행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세지이기도 하다.

법에서는 소방차는 출동시 싸이렌을 취명토록 해야한다 고 명시돼 있다.

소방차의 싸이렌이 소음이라는 생각이기 전에 생명의 소리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천남동소방서 예방안전과장 강 만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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