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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배려하는 흡연 습관은 화재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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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배려하는 흡연 습관은 화재도 예방한다
  • 경도신문
  • 승인 2021.11.0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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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황 인 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황 인 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무실 안에서 흡연하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사무실 실내뿐 아니라 실외도 지정된 곳 외에선 담배를 피울 수 없다.

그런데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서 내부인 화재 재연실험장에서 마음껏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용될 때가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화재조사관들이 담뱃불 화재 재연실험을 할 때이다.

신임 화재조사관들은 담뱃불로 연신 화재를 재연하고자 불티를 이리저리 튕겨봐도 100이면 99번은 불이 나지 않는다.

반면에 교관인 화재조사관이 시범으로 담뱃불 재연실험을 하면 100이면 99번은 불이 난다.

이와 같은 차이는 담뱃불 티가 화재로 연결되는 환경조건을 알고 있느냐이다.

담뱃불 티 화재는 연소의 3요소(점화원, 가연물, 산소)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불이 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1m/sec 내외의 바람이 불티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솔솔 불어주는 환경조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

흡연자들의 담뱃불 티가 대부분 화재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가 이런 환경조건이 쉽게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흡연자가 화재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흡연하며 담뱃불 티를 아무렇게나 튕기는 것이리라.

수천 번 부주의하게 담뱃불 티를 튕긴 행동은 단 1번 까다로운 환경조건과 맞아떨어져 화재로 연결되기도 하고, 때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화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0년 경기도 화재통계에 따르면 총 화재 건수 9715건 중 1527건으로 약 16%가 담뱃불 티에 의한 화재이다.

화재 현장에서 담뱃불로 인한 화재로 심증은 가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미상 처리되는 화재나 라이터 불로 인한 화재는 이 담뱃불 티에 의한 화재통계에서 제외되니 실제 화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더 클 것이다.

경기도 군포시 물류센터 화재는 재활용분리수거장의 종이상자에 담뱃불 티가 최초착화해 630억 원의 재산피해를 남긴 화재이다.

최근 충남 천안시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출장 세차 차량에서 라이터 불로, 약 10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 화재의 공통점은 10년, 20년 흡연을 해도 단 한 번도 화재로 이어진 적이 없으므로 화재 당일도 아무렇지 않게 라이터 불을 댕겨 흡연하고 아무 곳에나 담뱃불 티를 튕겼을 것이다.

그러나 불티에 쉽게 불이 붙는 재활용 쓰레기나 건조된 낙엽이 적재된 곳에 솔솔 불어오는 바람까지 더해지면 백발백중 화재로 이어짐을 기억해야 한다.

흡연자들은 남을 배려하는 흡연 습관 뿐 아니라 담배를 피우면서 화재 예방의 마음 자세를 지녀야 한다.

타기 쉬운 가연물 근처에서 흡연 자제는 물론 담뱃불 티를 튕기기보다는 비벼꺼서 불티를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흡연자의 부주의한 흡연 행동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주는 화재로 연결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금연이 최우선이지만 금연할 수 없다면 올바른 흡연 습관으로 남을 배려하고 화재도 예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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